#1. 과거 플래시백. 아파트 길 (어린 시절)
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어린 태준(7)과 소꿉친구(7세, 여)
소꿉친구 : (태준의 손을 잡고 뛰어가며) 너 우리 엄마가 해준 오므라이스 먹어봤어 ? 진짜 마시따~~~ 어제 울엄마가 해줬는데-
태준 : (순진무구) 왜 거짓말 해? 너네 엄마 집 나갔잖아.
표정이 얼어붙는 소꿉친구.
이내 으아앙 울음을 터뜨리고...
난감한 표정의 어린 태준.
태준 : (내레이션) 처음엔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다.
#2. 과거 플래시백. 어린 태준의 집
태준의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있다.
아버지 : 애가 헛소리나 하고 다니고 말이야! 어떻게 저런 애가 태어난거야!
어머니 : 애가 이상한 게 내 탓이야? 내 탓이냐고!! 그래, 어디 죽여봐!!
태준 : (구석에서 웅크리고 우는) 으흑흑...
태준 : (내레이션) 그때부터였다. 내가 잘못된 존재라고 생각하게된 건.
상처 받은 어린 태준, 울음이 멈추지 않고...
태준 : (내레이션) 그 뒤로는 사람들을 멀리하고, 들리는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.
#3. 과거 플래시백. 고등학교 농구장.
농구장에서 혼자 음악을 듣고 있는 태준.
반장 (1화 #4의) 이 태준의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.
반장이 너무 가까이 앉자 조금 떨어져 앉는 태준.
반장 : (다시 다가가 앉으며 이어폰 빼서 한 쪽 끼우는) 야 정태준 같이 좀 놀자. 맨날 혼자 있냐. 오 이 노래 나도 엄청 좋아하는데. 린온미 ~~~ (웃기게)
반장의 너스레에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 태준.
반장 : 새끼야 넌 뭘 그렇게 맨날 꽁꽁 숨기고 있어. 뭔데 말해봐.
태준 : (떨리는 얼굴로) ...
#4. 과거 플래시백. 고등학교 농구장.
태준, 반장을 찾아 뒤뜰로 가다가 말소리에 멈춰선다.
뒤뜰에서 얘기 중인 반장과 친구 1,
친구 1 : 너 왜 요즘 정태준이랑 같이 다니냐? 걔 좀 이상하지 않냐?
반장 : 태준이? 재밌지 걔 ~
몰래 뒤에서 엿듣고 있는 태준,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
반장 : 지가 뭐 다른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안다나? (과장된 표정으로) 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 이 지랄ㅋㅋ
친구 1 : 이상한 새끼네 진짜. 관종인가?
반장 : 나도 첨엔 그런 줄 알았다? 근데 그 새끼 개진지해. (둘 다 웃음) 진짜로 자기가 그런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더라고. 그러면서 나한테 막 지 마음을 얘기하는데 와.. 그건 진짜 못 들어주겠더라 (웃음)
몰래 듣고 있는 태준의 표정이 얼어붙고...
친구 1 : 와.. 심각한데?
반장 : 걘 학교가 아니라 병원을 가야 돼.
친구 1 : 근데 왜 같이 다니냐?
반장 : 담임이 시키잖아. 반장이니까 왕따도 챙기고 하라고. 아오 짜증나. 난 이제 걔네 아빠 맘이 이해가 간다니까? 오죽하면 자식을 때리겠어? 무슨 속마음을 안다는 둥 헛소릴 하니까...!
태준, 가려다가 그대로 반장에게 뛰어가 세게 한 대 친다.
넘어지는 반장과 놀라는 친구1.
반장 : (밀치며) 이 새끼가 미쳤나
반장의 가격
밀쳐져 넘어진 태준.
다시 일어나며 울부짖는다.
태준 : 누군 좋은 줄 알아?! 나도 싫다고! 나도 이런 내가 싫다고! 속마음 그딴 거 듣기 싫다고!!
#5.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 회의실. 낮
넘어진 은우, 태준의 팔뚝을 잡으며 일어난다.
태준은 동공 지진이 일어나고...
태준 : (속마음) ... 뭐, 뭐지? 왜 이 사람의 속마음은 들리지 않는 거지?
은우 : 아오 내 무릎~~~ 아아.. 내 발목~~~
태준 : (계속 동공지진)
은우 : 왜 그러세요?
태준 : 아니, 그게... (놀란 표정)
은우 : (혼잣말처럼) 아... 아파 ...
은우 : (속마음) 아 ... 아파...
태준 : (속마음) 어? ... 들린다....
태준, 은우에게 붙잡힌 팔뚝을 내려다보며 살짝 빼려는데,
은우 다시 태준을 붙잡는다.
은우 : 아 저. 잠깐 발목이 삔 거 같은데.. 잠깐만요-
태준은 동공 지진이 일어나고...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.
은우, 태준의 이상한 표정을 보고..
은우 : 괜찮습니다! 일부러 놓친 건 아니시니까. 하하하
은우 : (속마음) 그래 그럴 수도 있지. 일부러 놓친 건 아닐테니까 나 근데 지금 웃겨보이려나? 어쩌지? 아씨 첫만남은 멋있어 보여야되는데-
태준 : (속마음) 이 사람... 말하는 거랑 생각하는 게 완전 똑같네. 이런 사람은 첨인 것 같은데...
태준, 은우가 흥미롭다는 듯 계속해서 그녀를 응시하게 되는데....
은우 : 정사무관님? 정사무관님!
태준 : (못 듣고) 네?
은우 : (급 좋아하며) 진짜죠?! 약속한 거에요! 그럼 낼 한 시에 만나는 걸로 해요.
태준 : 네? 아니, 사실은 제가 얘길 제대로 못 들었,
은우 : (말 끊으며) 아 갔다! (핸드폰 들어올리며) 방금 카톡으로 보호시설 위치 보냈거든요? 찾기 쉬울 거에요. 그럼 낼 봐요! (나가는)
은우, 그대로 나가버리고
태준은 벙찌는.... 어휴 한숨을 내쉰다.
#6. 가족보호시설 안. 낮
벙찐 표정의 태준의 뒷모습
시설 안에서 나란히 서 있는 은우와 태준.
그 주변으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.
태준 : (떨떠름한 표정인) 저를 왜 여기로 데려왔는진 알겠지만... 예산은 감정-
은우 : 예산을 감정적으로 결정하면 안 되죠.
태준 : (뭐지? 쳐다보면)
은우 : 현실을 봐주세요. 감정은 빼고요. 정사무관님이 미처 못 본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. (해맑게 웃는)
태준 : (왠지 말리는 느낌인데...)
안으로 들어가는 태준과 은우.
#7. 가족보호시설 안. 낮
나란히 서 복도를 거니며 둘러보는 태준과 은우.
걸어가며 대화를 계속한다.
은우 :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아이까지 그 피해를 입어요. 그래서 가족 보호가 필요한데, 숙식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에요.
은우가 멈춰 선 곳. 놀이방 안을 들여다보면,
피해자(30대 후반, 여성)가 아이(7세, 남)와 놀아주고 있다.
태준, 시무룩하고 힘이 없어 보이는 아이를 본다.
그 순간,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...
#8. 과거 플래시백 (#3과 동일)
아버지에게 맞은 뒤 혼자 웅크리고 앉아있는 태준.
#9. 가족보호시설 안. 낮
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잊어버리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태준.
태준 : (속마음) 감정에 빠지지 말자. 이성적으로.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돼.
은우 : 왜 그러세요?
태준 : 아, 아무 것도 아닙니다.
그때, 놀이방 안에서 놀고 있던 피해자가 은우를 발견하고
꾸벅 인사를 한다.
은우도 꾸벅 인사를 하고...
CUT TO :
의자에 앉아 손을 서로 꼭 잡고 얘기를 나누는 은우와 피해자.
아이가 피해자의 옆에 딱 붙어있고...
태준은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.
피해자 :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. 오랜 시간 폭력을 당하면 거기에 익숙해진대요. 그래서 오히려 자기 탓을 한다고. 자기가 맞을 짓을 해서 맞는 거라고...
태준 : (순간 버럭) 세상에 맞을 짓이 어딨습니까!
아이가 놀라 으아앙- 울음을 터뜨린다.
아이 : (으아앙) 엄마아아! 무서워....
태준 : (아이를 달래며) 미안해. 무섭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... 죄송합니다.
피해자 : (아이를 달래며) 괜찮아, 영준아. 무서운 형 아니야. 남편이 소리를 많이 질러서...
은우 : (이마를 가리키며) 혹시 영준이 상처도...
#10. 플래시백. 피해자의 집
남편 : 말대꾸하지 말랬지! 어?! 내 말에 토달지 말랬잖아!
피해자 : (절규하는) 영준아!!!!
저 멀리 울고있는 아이.
그리고, 저 먼발치에서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사람. 태준이다.
자신의 유년시절을 바라보듯,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태준의 실루엣.
#11. 가족보호시설 안. 낮
피해자에게 꼭 안겨있는 아이의 이마 상처를 어루만지는 은우.
태준 역시 숙연한 표정이고...
은우 : (다시 밝게) 영준 어머니! 제빵 기술 배우신댔잖아요! 어때요? 안 힘드세요?
피해자 : (조금 밝아지며) 네, 그건 괜찮은데, 퇴소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 마음이 급해요. 나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... 아직은 막막하네요 (애써 웃음)
아이 : 우리 계속 여기서 살믄 안 돼?
피해자 : (달래는) 그건 안 된다구 했잖아. 우리가 계속 여기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못 지내니까. 응?
아이 : 싫어... 나 아빠 있는 데 안 가... 흑흑...
아이를 달래는 피해자.
그 모습을 바라보는 태준은 안쓰러운 표정이고...
#12. 가족보호시설 책방. 낮
멍하니 앉아있는 태준.
태준 : (내레이션) 내가 적어 넣은 숫자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왜 미처 못 했을까? 나는 대체 어떤 숫자를 쓰고 있던 걸까?
여자아이 : 마술사 언니~~~
태준의 앞을 와다다 뛰어가는 여자아이.
센터실을 나오는 은우에게 폭 안긴다.
은우 : 소담이 잘 지냈어?
여자아이 : 언니, 마술 보여줘. 마술. 아저씨 언니 마술하는 거 봤어요?
태준 : 꼬맹이. 언니는 왜 언니고, 나는 왜 아저씨야?
여자아이 : (은우의 뒤에 숨으며 째려보면서) 꼬맹이 아니라 소담이거든요! (언니 좀따 마술 보여줘~)
은우 : 좀만 기다려 소담아~ (언니가 멋있는 마술 준비해서 나갈게~)
나가는 소담.
태준 : ... 마술은 취미인거예요?
은우 : 네. 저는 사람들이 저를 통해서 웃는게 보기 좋더라구요. 마술은 잘해도 멋지고, 실수해도 웃기잖아요
태준 : ...
은우 : 자, 봐요. 이렇게 얍! (손에서 작은 꽃이 나온다) 마술하면, (태준에게 꽃을 건네며) 기분 좋지 않아요?
태준 : 네 뭐...
은우 : 저는 사람 맘을 잘 몰라서요.. 해줄 게 이런 것밖에 없네요.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.
태준 : (단호하게) 도움되는 것도 없고 없는 게 나아요. 최악의 능력이에요.
은우 : 그래요? 난 좋을 것 같은데.
태준 : (발끈)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을 것 같다는 거에요?
은우 : ... 3년 전이었나. 제가 사랑하던 친구가 손을 다쳤어요. 그림 그리던 애였는데.. 정말 그림밖에 모르던 애라 많이 힘들어했어요. 그 친구한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“힘내” 였어요. “수정아 힘내”, “힘내자”. 어느 날 그 친구가 말하더라구요. “은우야 힘내라는 말 그만해줘. 나 이미 충분히 힘내고 있어. 얼마나 더 힘내야 되니?”
태준 : ......
은우 : 친구 속도 모르고... 그 뒤론 누군가한테 선뜻 위로를 건네기가 어렵더라구요. 그 땐, 나한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 얼마나 좋을까... 혼자 상상했었어요. 더 근사한 말로 친구를 위로해 줬을텐데.. 앗! 저 마술하러 가볼게요!
#13. 가족보호시설 안. 낮
은우 : 우와! 영준이도 왔네! 잘 왔어~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~ 마술 시작합니다!!!
은우, 아이들 앞에서 꽃 마술을 선보인다.
은우의 마술에 꺄르르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아이들.
내내 기죽어있던 피해자의 아이도 어느새 환하게 웃고....
은우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함께 웃는다.
그런 은우를 한 발 떨어져서 보고 있는 태준.
태준 : (내레이션) 나의 이 능력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. 만약에 그렇다면...
환하게 웃는 은우에게 끌리는 태준.
가슴이 두근두근하고...
태준 : (내레이션) 어쩌면.. 나도, 지금부터라도 달라질 수 있을까?
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던 은우,
은우의 손에서 확- 펼쳐져 흩날리는 종이들.
마술도구 하나가 화라락 펼쳐진다.
갑자기 펼쳐지는 마술도구를 보고 놀라 뒤로 자빠지려는 은우,
허걱 놀라는 태준과 아이들.
아이들 : 언니! 누나!
그순간 ...!
흩날리는 꽃잎들 사이로 태준의 손이 은우의 허리에 가닿는다.
태준 : 괜찮아요?
은우 : 어...
태준 : (우물쭈물하다가) 이... 이거 잡아요!
호기롭게 팔뚝을 내미는 태준.
은우, 태준이 내민 팔뚝을 보고 눈이 동그래지는....
은우 : (황당) 보통은 이럴 땐 손을 내밀지 않나요?
태준 : 아! 제가 이런 경험이 잘 없어서... (손을 옷에 슥슥 닦고는 내미는) 여기. 잡아요.
은우, 조심스럽게 태준의 손을 잡는다.
태준, 잡은 손을 끌어 은우를 일으켜 세우고...
은우 : (속마음) 따뜻하다.
태준 : (속마음) 사람의 손이 이렇게 따뜻한 거였구나.
손을 잡은 채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.
주변에서 아이들은 꽃가루를 흩뿌리면서 뛰논다.
두근두근...
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모습에서 2화 엔딩.